"귀 약국은 MS오피스 정품을 사용하고 계십니까?"

갑작스런 공문 한 통에 약국가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가 16일 서울, 경기, 인천 지역의 모든 약국에 'MS오피스 프로그램에 대해 정품을 사용하는지 여부에 대해 실사 조사를 나가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해 약사들이 당황하고 있다.

공문에 따르면 L법무법인은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사의 위임을 받아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와 관련, 불법 사용에 대한 사실 확인 및 정품 사용 협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L법무법인은 '귀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에 있어 정품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만일 귀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를 보유한 정품 라이선스의 수량을 초과하여 불법 복제하여 사용하거나 라이선스를 구입하지 않고 불법 복제해 사용하고 있다면, 이 행위는 저작권법 제124조 제1항을 위반하는 행위로서, 같은 법 제136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안내했다.






아울러 사용하는 제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해 20일까지 송부하라고 덧붙였다.

공문을 수령한 서울지역의 한 약사는 "당장 20일 실사 확인을 온다고 하는데, 정품이 아닌 약국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정품을 빨리 구입해 구비하고 있어야 하나"라며 지역 약사회와 대한약사회에 연락을 취해 실사조사에 대비하는 방법을 문의했다.

같은 경우를 경험한 건강한약사회 소속의 한 약사는 최근 다른 약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SNS에 게재하기도 했다.

이 정보에 따르면 영장이 없을 경우 조사를 거부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






이에 대해 부산지부 정보통신이사이자 약학정보원 이사를 맡고 있는 김성일 약사도 같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부산지역에 똑같은 공문과 실사조사가 있었음을 확인한 후 약국의 대처방안을 안내했다.

김성일 약사는 "제일 먼저 컴퓨터에 대한 수사권은 MS본사는 물론 법무법인 대리인조차도 없음을 약사들이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만약 관계자들이 실사를 위해 약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 약국이 불법 복제 프로그램을 쓰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하고 수색영장을 지참하지 않았을 때 약사가 컴퓨터를 보도록 허용할 의무는 없다"고 강조했다.

즉 조사원들이 실사, 정품 여부 확인 등 강한 태도로 나온다 해서 당황할 필요는 없으며 경찰이나 검찰, 수색영장 세가지 중 하나의 조건이라도 만족하지 않았을 경우 약국은 '우리가 정품이 아니라는 증거를 가지고 있느냐, 그런 정황이 없다면 컴퓨터를 보여줄 수 없다'며 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약사는 "이들의 목적은 실사 자체가 아니라 정품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라며 "만약 만에 하나 소송 발생 가능성을 생각해 이참에 정품을 구비하려는 약사는 약국에 컴퓨터 숫자대로 정품을 구매해 보유하고 있으면 되는데, 프로그램을 미처 깔지 못한 상태에서라도 정품 숫자와 컴퓨터 숫자가 일치하면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만약 정품을 미처 준비하지 못했다면 우선 깔려있는 프로그램을 삭제한 후 뷰어만 설치하면 조사 시점을 모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앞으로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되도록 정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