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이 정상 도매상의 이름을 빌려 품목장사를 하는 이른바 \'총판영업\'이 여전히 의약분업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총판영업은 도매마진, 총판마진, 리베이트 등 3개의 유통마진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마진율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24일 의약품 유통가에 따르면 총판품목의 경우 대개 리베이트를 포함한 유통마진율이 50~60%에 달하고 심지어 다블마진에 가까운 품목도 적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품목의 마진율이 60%라면 1정당 보험약가가 100원인 의약품은 도매마진 5%을 제하고 나머지 55%는 총판이 자신의 마진과 리베이트를 적당히 저울질해 영업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총판은 100원짜리 품목을 40원에 납품받아 60원을 놓고 칼질, 이처럼 유통질서를 극도로 문란시키고 있다. 심지어 일부품목은 100원 하는 의약품을 1/10에 불과한 10원에 납품받아 나머지 90원으로 리베이트, 도매마진 등을 준 뒤 상당한 차액을 거머쥐고 있다. 이같은 총판식 판매는 현재 전체 유통의약품의 2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도매업계의 추정이다. 총판은 대개 의료인과 두터운 인간관계를 갖고 있는 제약회사 전 임원이나 영업직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업력이 약한 중하위 도매상들은 이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거꾸로 총판이 영세 도매상들에게 접근, 총판영업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서울소재 에치칼도매상 임원은 \"의약분업 이후 이같은 총판영업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어 유통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말했다. 비상장 제약사 마케팅 관계자는 \"분업이후 총판영업자들이 정상 도매상 보다 재미를 톡톡히 본 것으로 안다\"며 \"분업후 더욱 많은 돈을 번 상당수 총판업자들이 최고급 승용차를 유유히 몰고 다니고 있다\"고 비아냥 댔다. 분업이후 총판이 건재함을 과시한 것은 오리지널 품목의 처방이 증가하면서 카피 제약사들이 무더기 덤핑에 나선 것이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보험약에 관한한 노마진이어야 한다는 실구입가제의 대원칙을 완전히 묵살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의약분업은 보험약에 관한한 의사, 약사의 이윤동기를 없애 환자에게 의료혜택의 질을 높히기 위한 제도라는 점에서 이윤동기를 부채질하는 총판영업은 분업정착에 결정적 장애요인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총판영업이 불법이면서도 외형상으로는 철저하게 합법으로 위장, 이를 추적·적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도 총판영업의 불법성과 유통시장 교란의 주범인줄 알면서도 솎아내지 못하고 있다. 총판품목은 또 카피의약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국내 상장제약사들이 오리지널 품목을 갖고 장난을 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보험약에 마진이 붙어다니고 의사, 약사들이 이에 끌려다니면 결국 최종적인 피해자는 환자일 수 밖에 없다. 저급한 약을 불필요하게 비싸게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의약품에 이윤동기가 없어야 양질의 의약품이 투약될 것이라는 분업의 대명제가 여지없이 무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정부는 총판영업을 근절시킬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아무리 완벽한 보험재정안정화 대책도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