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내놓은 실구입가상환제 개선방안이 요즈음 제약업계와 도매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개선안은 실구입가제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전환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속내는 그 근간을 이루는 덤핑부분에 대한 책임공방에 있다. 도매상이 요양기관에 덤핑납품했을 경우 책임논란은 크게 3가지 이유에서 나온다. 첫째 도매상이 제약업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덤핑한 경우, 둘째 제약사가 도매상에게 덤핑을 하도록 조장한 경우, 세째 제약사가 덤핑을 조장했으면서 실제로 도매상이 책임을 뒤집어 쓰고 제약사가 도매상의 손실분을 보상해 주는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번 실구입가제 개선안은 이같은 문제점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채 드러나는 문제만을 해결하겠다는 의도에서 나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사후관리를 통해 할인·할증 등 부당행위가 확인될 경우에만 상한금액 조정\'이라는 개선안은 실제 적용시 책임공방을 더 가열시킬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공립병원 입찰시 요양기관과 도매상이 짜고 부당행위임에도 합법인냥 얼마든지 위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제약사가 총괄 사령탑이 되어 조정할 수도 있겠지만 도매상이 일방적으로 진행할 개연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결국 부당행위와 합법을 가려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충고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제약업계는 특히 개선안이 시행될 경우 요양기관에 들어가는 할·증인 또는 뒷거래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내심 우려하고 있다. 제약사는 도매업계가 합법을 위장하고 할·증인이나 뒷거래를 할 경우 자연스럽게 출하가를 낮출 수 밖에 없다. 이는 간접적으로 약가인하를 종용당하는 처지에 빠져 제약사 의지대로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셈이다. 반면 도매상들은 입찰시나 납품시 제약사와는 무관하게 가격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 서게된다. 도매상들은 그동안 요양기관에 의약품을 밀어넣기 위해 무리한 이면계약이나 뒷거래를 하는 일이 없지 않았다. 무리하게 덤핑을 해놓고 제약사로 부터 그만큼 저가공급을 받지 못하는 도매상들은 고스란히 앉아서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제약사와 도매상들간의 이해관계는 이처럼 내면적으로 적나라하게 상반돼 있다. 정부의 이번 실거래가제 개선안이 이같은 제약사와 도매상들간의 주도권 싸움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구입가제의 근간을 흔드는 또다른 문제가 촉발될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는 개선안의 기대효과로 ▲상한금액 인하를 우려한 공급업자의 의약품 공급기피행위 해소 ▲상한금액보다 낮은 거래가 활성화되어 보험재정에 기여 ▲부당행위 적발시에는 상한금액이 즉각 인하조치됨에 따라 부당행위 사전봉쇄 등을 꼽았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효과는 제약사와 도매상이 건전한 협력관계를 갖고 있을 때 가능한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제약과 도매가 지금과 같은 주도권 싸움을 계속하는 상황에서 개선안이 시행되면 합법을 위장한 덤핑과 이면거래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