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가격제도는 제약기업들에게 의약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제품 도입시 가격결정을 참조가격범위내에서 조절하도록 함으로써 가격인하를 유발하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또 제도시행에 따라 기존 고가약 사용의 상대적 감소를 유도하는 한편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게 되는 고가약들은 제약기업의 자기통제를 통해 약제가격을 인하토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참조가격제는 목적하는 바대로 전체 약제비 절감에 기여할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제도로 인해 제약기업들간에는 희비가 엇갈리게 생겼다. 기존 약가제도와 같이 단순환급규정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산업의 시장구도를 \'고전약물\'위주로 재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울며겨자먹기로 고가약들이 약가를 자진인하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이미 국내 약가는 선진국 약가에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어 내려 갈래야 갈 수 없는 진퇴양난의 기로에 있다. ◇ 가장 강력한 약가억제정책 정부고시가제도, 실거래가 제도 등 우리나라의 약가정책은 이미 주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친 면모를 보여왔다. 그 증거로써 국내 의료보험용 의약품의 가격은 미국, 일본 등 선진 7개국과 비교해 2000년 41.2%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99년 54%수준에서 13%더 하락한 수치이며 2001년도에는 40.23%로 더 떨어진 것으로 집계돼 다음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는 한국제약협회가 미국, 독일, 스위스,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신약에 대한 가격을 책정할 때 비교대상이 되는 7개국의 약가와 국내약가 비교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여기서 국내 보험약가 수준은 가장 고가국인 미국과 비교해 31%, 가장 저가국인 프랑스와 비교해도 65.4%에 불과했다. 따라서 제약협회는 정부의 지나친 약가억제정책이 제약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꾸준히 이유있는 주장하고 있다. 자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 참조가격제도 도입이후 참조가격제품이하의 가격을 가진 제품의 보험약가를 자연히 인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반면 고가약의 가격은 정부가 의도하는대로 인하시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참조가격이하 제품이라고 해도 가격을 마음대로 인상시킬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고가약은 참조약가격대로 떨어뜨리고 참조약가 이하 제품은 그대로 묶어 둘수 있어 정부는 효과적인 약값지출 절감정책을 시현할 것으로기대하고 있다. 제약산업의 시장경색과 아랑곳없이. ◇ 시장에 미치는 여파 참조가격제도는 오래되었지만 시장에서 퇴출되지 않은 \'고전약물\'로의 회귀를 부추킬 것이다. 캐나다에서도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 있어 라니티딘의 퇴조와 시메티딘의 부활을 가져온 사례를 전기한바 있다.(18일자 참조가격제도가 환자에 미치는 영향) 우리나라에서도 현행 소화성궤양용제 분류에서 오메프라졸, 라니티딘, 시메티딘, 파모티딘 등은 같은 약효군으로 분류될 예정이다. 참조가격제로 시메티딘가격이 정해질 확률이 높은데 이 경우 예상되는 시장의 판도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참조가격대가 의도하는 바대로 라니티딘제제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시메티딘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미 위궤양치료제 잔탁, 큐란 등의 주성분인 라니티딘 150mg의 경우 우리나라 보험약가는 5백10원으로 선진 7개국의 평균가 9백42원에 비해 54.1%나 낮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참조가격제 방안은 \'특허의약품\'까지 포함을 명시하고 있다. 참조가격제 도입과 관련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그룹이 다국적 제약회사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리지날품목과 특허약품 위주의 국내 영업을 하기 때문에 이 제도가 시행되고 나면 실질적으로 영업에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내 제약사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제도로 작용할 수 있다. 참조가격제도가 국제적으로 의약품공급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나면 신약의 도입이 어려워지긴 국내사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신약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한 장벽으로 제도가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차치하고 라도 의약품시장의 경색 또는 국제적 고립에 당면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98년 이 제도를 도입한 오스트레일리아는 실제 국제적 신약공급 업체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추세다. 동일 효능 그룹내에서 최저가 의약품을 참조가격 수준으로 잡고 있는 뉴질랜드의 경우도 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예를 들어 부작용이 거의없는 새로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발견한 제약회사가 1970년대의 삼환계 항우울제와 같은 수준으로 환급된다면 새로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시장에서 발매하는데 부족한 자금을 투자하고자 하는 바램은 없어지고 말 것이다. 89년부터 참조가격제를 도입해온 독일도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96년부터는 특허약품을 보호하는 쪽으로 제도를 수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참조가격제도가 특허약을 포함하는 이상 정부가 지불비용을 조절할 능력을 갖게 될 것임엔 틀림없지만 반면 이 방법에 만족하지 못한 제약업체들에 의해 제시될 법적인 도전을 겪어야 할 것이다.